일자 2025.04.08 조회 93
HMM (구 현대상선) 누구 품에 안기게 될까
2017년, 한때 세계 7위의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한국 해운업은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물 경제 악화로 해상운임이 급락하였고 한진해운은 고점에 체결한 장기 고정 용선 계약 탓에 비용은 그대로인데 수익은 반 토막 난 상태였습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그룹 차원의 수조 원대 지원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와 파산에 이르렀습니다.
이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국적 선사는 현대상선(HMM)만이 유일하게 남게 되었고, 오늘날 HMM의 존재는 한진해운의 몰락에서 시작된 재편의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국 해운업이 위기에 처하자, 현대상선(현재 HMM)이 주목받았습니다.1976년 현대그룹 계열사로 설립된 현대상선은 한때 아시아 대표 해운사로 성장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재무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현대상선 역시 높은 용선료와 부채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2010년대 초 구조조정을 시작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후 자금난이 심화되며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한진해운 파산 직전 국적 선사 전멸 우려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은행이 채무 재조정과 자본 확충으로 지원하며 회생 기반을 마련했고, 2017년 한진해운이 무너지자 현대상선이 한국 해운업의 마지막 희망으로 남았습니다.
현재 HMM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주요 지분 보유 아래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5년 3월 기준, 산업은행은 약 33.73%,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약 33.32%의 지분을 보유하며, 두 기관 합산 지분율은 67.05%에 달합니다. 이는 660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며 지분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한진해운 파산 사건 당시 정부가 한진해운을 버리고 현대상선(현 HMM)을 지원한 이유는 복합적인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전략적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당시 해운업계의 상황, 정부와 채권단의 판단, 그리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재무 상태와 구조조정 가능성의 차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016년 한진해운은 약 6조원의 과도한 부채와 높은 용선료 부담으로 이미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한진해운은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등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습니다.
반면, 현대상선도 어려움에 처해 있었지만, 부채 규모가 약 3조원으로 상대적으로 작았고, 채권단이 자구 노력을 통해 회생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한진해운을 "밑빠진 독"으로 보고 추가 자금 투입이 비효율적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둘째, 정부의 금융 논리 우선 정책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와 채권단은 해운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보는 관점보다 금융적 손실 최소화와 구조조정 원칙을 더 중시했습니다.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은 공적 자금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고, 대신 현대상선을 살려 국적 선사의 명맥을 유지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셋째, 국제 해운 동맹과 경쟁 구도도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한진해운은 "The Alliance"라는 해운 동맹에 가입해 있었지만, 현대상선은 세계 최대 해운 동맹인 "2M" (Maersk와 MSC)과 협력 가능성을 모색 중이었습니다. 채권단과 정부는 현대상선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 그 물량을 현대상선이 흡수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습니다.
정부와 채권단은 두 선사 중 하나만 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현대상선을 선택했고, 이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2016년 8월)과 최종 파산(2017년 2월)으로 이어졌습니다.
2023년, 정부는 본격적으로 HMM 매각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인수전 예비입찰에는 국내외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하림그룹, 동원그룹, LX인터내셔널이 숏리스트(적격 후보)에 올랐고, 해외에서는 세계 5위 선사인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예비입찰에 참여했습니다.
하팍로이드는 9조 원에 달하는 인수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불구하고 숏리스트에 들지 못했습니다.
숏리스트에 오른 하림, 동원, LX 중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경영권 조건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협상이 결렬되면서 거래는 무산됐습니다.
하림은 과도한 경영 개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고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에서는 해운 산업에서 HMM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영 감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하림이 제시한 인수금액은 6조 4,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HMM은 SK해운 일부 사업 인수까지 추진 중이라 기업 가치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습니다.
2023년 9월 기준 HMM의 현금성 자산은 14조 3,422억 원
연말 기준으로도 11조 7,568억 원에 달하는 탄탄한 재무구조
2025년 3월 24일 기준으로 HMM의 시장 가치는 약 17조 7천억 원에 이릅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30~40% 추가하면 20조 원을 넘어서며, 국내에서 이를 감당할 만한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국영 해운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의 COSCO Shipping, 싱가포르의 PSA International, 사우디아라비아의 Bahri는 각국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받으며 글로벌 해운 및 물류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COSCO Shipping은 중국 정부가 100% 소유한 국영기업으로, 세계 3위의 해운 그룹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의지에 따라 국가 목표를 수행하며, 필요시 군사적 목적을 포함한 국가 전략 수행에 동원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PSA International은 정부 소유의 투자회사인 Temasek Holdings가 모회사입니다. 1997년 정부 기관에서 독립적인 상업 회사로 전환되어, 정부 소유이지만 상업적 원칙에 따라 운영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Bahri는 석유 운송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회사입니다. 정부 소유의 공공투자펀드(PIF)가 22.55%, Saudi Aramco Development Co.가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혼합 소유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머지 지분은 사우디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어, 일부 민간 투자도 허용되고 있습니다.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HMM이 약 14조 원에 달하는 현금을 활용해 독자 생존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단순히 민영화하거나 국영으로 두는 대신, 포스코처럼 지분이 분산된 형태와 독일 하팍로이드의 민관 합동 컨소시엄 운영 방식을 결합한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하팍로이드는 세계적인 선사로, 오너가 30% 지분을 쥐고 나머지는 함부르크시와 외국 투자자들이 나눠 갖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안정성과 민첩함을 함께 갖춥니다.
한국국제물류사협회 구교훈 회장은 지난해 해양 관련 포럼에서 “과거 오너 중심의 경영으로는 급변하는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HMM의 지분을 인수 기업 40%, 공공기관 30%, 나머지 화주와 소액주주 30%로 나눠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 서프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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